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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울 푸드 떡볶이

우리는 왜 떡볶이를 먹으며 위로받을까?

어린 시절 집에서 엄마가 간식으로 뚝딱 만들어주던 떡볶이.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2,000~3,000원에 사 먹던 떡볶이. 화가 나거나 슬픈 마음을 달래려 머리끝까지 차는 땀을 연신 닦으며 먹던 매운 떡볶이. 한국인이라면 떡볶이와 관련된 추억 하나쯤은 있을 정도로, 떡볶이는 많은 한국인에게 소울 푸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는 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떡볶이와 함께할까요?

떡볶이가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심리적 이유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친구들과 주머니 속 동전을 모아 사 먹던 기억. 보글보글 끓는 떡볶이 냄비 앞에 친구들과 교복을 입고 둘러앉아 수다를 떨던 기억, 내가 좋아하는 재료만 잔뜩 넣어 만든 떡볶이로 한산한 오후의 심심함을 달래던 기억. 1950년대에 신당동에서 태어나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빨간 떡볶이는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맛과 모양의 떡볶이가 계속 태어나도 떡과 고추장, 물엿으로 단출하게 맛을 낸 옛날 떡볶이의 인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죠.
또, 떡볶이는 재료와 조리법이 간단해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입니다. 고추장과 간장, 물엿으로 맛을 낸 떡볶이 특유의 달고 짜고 매콤한 맛은 어떤 재료와 함께해도 맛이 잘 어우러지죠. 그래서 집마다 떡볶이 조리법이 모두 다르고, 새로운 조리법과 음식 조합을 찾아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엔 여러 떡볶이 브랜드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해 로제 떡볶이부터 맵지 않고 고소한 크림 떡볶이까지 개발하며 새로운 맛과 모양의 떡볶이가 계속 태어나고 있죠. 이렇듯 추억과 재미가 공존한다는 점이 떡볶이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요?

스트레스를 사르르 녹이는 ‘매운맛’의 과학?

변화무쌍한 떡볶이의 세계가 펼쳐지는 지금이지만 ‘떡볶이’ 하면 여전히 ‘매운맛’이 자동으로 떠올라요. 종종 매운맛 열풍이 불 때마다 그 중심엔 늘 떡볶이가 있기도 하죠. 우리가 매운 떡볶이를 찾는 가장 많은 이유도 ‘스트레스 해소’일 텐데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 음식이 생각나는 건 심리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해요. 매운맛은 혀에서 통각으로 인식되는데, 그럼 뇌에선 통증을 줄이기 위해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엔도르핀은 진통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감까지 느끼게 해요. 갑자기 매운 음식이 생각나는 건 엔도르핀을 요구하는 몸의 신호일 수 있는 거죠.

늘 우리 곁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온 떡볶이, 하지만 영양학적으로 좋은 음식은 아니라고요?

떡볶이는 대표적인 고열량, 고탄수화물, 고나트륨, 저단백질 음식이에요. 다채로운 맛에 비해 영양학적으로는 보완할 점이 많은 음식이죠. 여기엔 떡볶이의 주재료인 흰떡, 밀떡이 GI 지수가 높은 탄수화물이라는 점이 한몫합니다. GI 지수가 높은 탄수화물은 소화가 빨라 높은 열량에 비해 포만감이 낮고 쉽게 허기지게 하기 때문이에요. 또 과도하게 섭취한다면 몸에서 에너지로 사용되고 남은 포도당은 체지방으로 몸에 쌓이고 말아요.
식사 대용으로 떡볶이를 먹는 것, 식사 후 간식으로 떡볶이를 먹는 것 모두 탄수화물 과다 섭취와 영양소 불균형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한쪽 영양소에 치우친 불균형한 식단은 비만, 빈혈, 골다공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다이어트 중이라도 단번에 포기할 순 없는 우리의 소울 푸드 떡볶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을까요?

떡볶이 건강하게 먹는 방법 생각보다 쉬워요

1.
떡볶이 먹기 전에 바나나 한 개 먹기
매운 떡볶이를 먹기 10분 전 바나나를 먹으면 바나나의 부드러운 과육이 위장 점막을 감싸주면서 위벽을 보호해요.
2.
흰떡, 밀떡 대신 현미 떡
현미는 백미와 밀에 비해 GI 지수(혈당 지수)가 낮아요. 열량이 낮고 소화하는 데에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오래가죠.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요.
3.
튀김, 라면 사리 대신 삶은 계란 한 알
떡볶이의 영원한 단짝, 튀김과 라면 사리. 하지만 떡볶이는 고열량 영양 불균형 음식이에요. 여기에 고열량, 트랜스 지방이 다량 함유된 튀긴 음식을 곁들인다면 우리 몸엔 두 배로 해가 될 수 있어요. 튀김 대신 삶은 계란 한 알을 곁들이는 건 어떨까요? 삶은 계란 한 알이면 단백질 충전은 물론이고 고소한 노른자가 떡볶이의 매운맛까지 중화시켜줄 거예요.
4.
양배추 곁들이기
양배추에 들어있는 비타민 U는 위벽을 보호하고, 양배추 속 비타민 C, K, 베타카로틴과 엽산이 상호작용하며 위장 점막을 튼튼하게 해요. 떡볶이에 양배추를 한 줌 넣어 먹는 것만으로, 매운맛에 자극받은 위를 달랠 수 있을뿐더러 익힌 양배추는 단맛이 나기 때문에 조리 시 설탕이나 물엿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어요. 또한 양배추에 들어있는 칼륨이 나트륨 배출과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해요.
5.
음료 대신 물이나 우유와 함께 마시기
떡볶이의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쿨피스와 같은 단 음료를 많이 먹곤 하죠. 당분이 매운맛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떡볶이에는 이미 단맛을 내기 위한 설탕이나 물엿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떡볶이를 먹을 땐 불필요한 과당 섭취를 막기 위해 단 음료보다는 물을 마시는 걸 추천해요.
매운 떡볶이, 우유랑 먹어도 괜찮나요?
만약 떡볶이의 얼얼한 매운맛에 입 안과 위장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우유가 도움 될 수 있어요. 우유의 단백질이 매운 음식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성분을 중화시켜주거든요. 하지만 우유로 입안과 위장의 매운맛을 달래는 건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해요. 매운 음식을 먹은 후에 찬 우유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오히려 위장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6.
떡볶이를 먹은 후 토마토 먹기
당분이 적은 토마토는 식이섬유와 식물영양소가 풍부해 혈당을 낮춰주고 간과 장 건강에 도움이 돼요.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흰떡, 밀떡 대신 포만감이 오래 가고 열량도 낮은 현미 떡 사용하기,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밖에 없는 매운 음식을 먹어도 나트륨과 노폐물을 배출을 돕고 위장을 보호하는 양배추 넣기, 튀김, 라면사리보다는 단백질 충전용 삶은 계란 넣기, 그리고 단 음료 대신 생수를 마시는 걸 추천해요. 만약 위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없다면, 식전 바나나, 식후 토마토 섭취로 간편하게 위와 간 건강을 챙기길 바라요.
치킨, 튀김 등의 화려한 음식 그리고 단 음료를 곁들일 때의 다채로운 맛을 단번에 포기하기란 힘든 일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한다면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또 오래도록 떡볶이를 즐길 수 있을 거예요.
한국인의 소울 푸드 떡볶이 3줄 요약 zip.
1.
떡볶이의 매운맛은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분비되게 하고 스트레스 완화 작용을 한다.
2.
떡볶이는 오랜 시간 우리를 위로해준 소울 푸드지만 영양학적으로는 단점이 많다. 고탄수화물, 저단백질, 고나트륨 음식이기 때문에 영양소 불균형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3.
떡볶이의 단점을 보완하며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은 흰떡, 밀떡 대신 현미 떡, 채소와 계란 한 알 곁들여서 음료 대신 물과 함께 넘기는 것.
*의학적 내용은 완전소화연구소장 류은경님의 자문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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