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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으로 공들인 인생, 도전이 무섭지 않은 이유

자기 결정적 삶이 주는 행복” 약사 겸 푸드라이터 ‘정재훈’

오늘은 약사, 푸드라이터, 유튜버, 칼럼니스트 등 다채로운 삶을 살고 계신 '프로N잡러' 정재훈님을 만났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은 어떤 것일까요?

“주체적인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게 좋지, 시간이 흐르는 대로 닳기만 하는 인생은 재미가 없거든요.”

무엇이든 검색만 하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세상. 행복해지는 방법,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행복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재훈님은 이럴 때일수록 남의 의견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만의 기준을 올곧게 세우라고 말합니다. 행복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죠.
"뭔가를 시작한다는 건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단 얘긴데요. 만약 그것이 치명적인 실패만 아니라고 한다면 삶을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하나의 직업으로 살아가기도 힘든데, 다양한 분야를 허들 넘듯 자유롭게 넘나 드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 가지 일하면서 재밌게 살고 있는 프로N잡러 정재훈이라고 합니다(웃음). 예전에는 직업이 여러 개라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한다는 것이 참 어려웠는데요. ‘N잡러’라는 말이 생겨난 뒤로는 한결 편해졌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는 지 궁금해요.

크게는 약사와 푸드라이터를 겸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강연, 강의, 칼럼 기고, 방송 출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약(건강)과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있습니다.

푸드라이터는 의외의 선택인데요? 제2의 직업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10년 뒤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더욱 고민했어요.”
저도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음식을 너무 좋아해서’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일을 좇게 되나 봐요.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보다 어떤 직업이 미래 전망에 좋은지, 돈을 잘 버는지가 중요했는데 말이에요. 근데, 이제 와보니 인생에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즐기는 거였어요. 사람은 그냥 있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잖아요.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고요. 지금은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다양한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그런 걱정은 없었어요. 살아가면서 평범하게 지나가는 해가 있듯, 다양한 일을 시도하면서 바쁘게 보내는 해도 있는 법이니까요. 올해는 후자에 속하겠네요. 유튜브 운영, ‘*트레바리’의 클럽장, 번역서 감수 등의 일을 시도했거든요. 그 일을 다 하고 나면, 힘들다는 마음보다 뿌듯함이 더 커서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금세 사라지더라고요.
* 트레바리: 책을 재료로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독서 모임입니다. 트레바리의 클럽장은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 주제 등을 선정하고 해당 클럽의 커리큘럼을 제안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일정 기간 경력을 쌓고 나면, 나태함에 빠질 수 있어요. 하지만,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뛰어드는 순간,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실력이 갖춰지는 것은 아니구나’를 깨우치며 겸손함을 갖추게 돼요.”

그래도 많은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일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지 않나요?

물론, 이런 삶을 한 번에 이루긴 힘들어요. 누구든 나름의 준비를 거쳐 자신에게 맞는 생활 패턴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해요.
네 맞아요. 하지만, 저는 워라밸이 전혀 없어요(웃음). 어떤 사람들에게는 워라밸이 중요한 요소겠지만, 제 인생에 있어 워라밸은 그렇게 중요한 개념이 아니에요. 일을 단순한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일이라는 것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주체적인 일상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삼고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 올 텐데요.

짧게 갖는 편이에요. 일을 하다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잠깐 낮잠을 자거나 커피를 더 마시는 정도? 남다른 휴식, 특별한 휴식만 고집한다면 지금 제가 즐기는 것들이 휴식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휴식을 저처럼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도 삶을 즐겁게 보내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어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재훈님의 일상이 궁금해지는데요. 보통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가능한 한 많은 분에게 추천하는 건 ‘나만의 휴식 공간 마련하기’예요. 휴식 공간을 정해두고 그곳에서 쉬는 것과 그냥 쉬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아침 7시 30분쯤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커피 향을 맡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저만의 일상 루틴인데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생각보다 소중하더라고요.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고 나면, 그다음엔 그날의 일정을 다시 한번 체크하는 편이죠. 본격적으로 일정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펴놓고, 한두 페이지라도 읽으려고 해요. 나머지는 그날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대체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일이 끝나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파 구석 자리로 가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해요. 10분이면 충분해요. 대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마치 왕이 된 것처럼 편안하게 쉬어요. 그게 전부예요(웃음).

일이 많아 굉장히 바쁜 일상을 보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잔잔하고 소박한 일상을 보내네요.

그럼요. 제가 푸드라이터로서 늘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건강한 삶은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 가서 먹는 음식보다 평소에 먹는 일상식에 달렸다고요. 그런 것처럼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고 해서 특별한 일상을 보내진 않고요. 소소한 일상에 더 귀를 기울이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재훈님의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 중인 건강 습관은 뭔가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건강 수칙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돼요.”
저는 소식을 해요. 아주 엄격하게 하진 않고, 1일 2식 정도인데 경우에 따라선 1일 1식에 가까운 2식을 하죠. 전날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다 싶으면, 다음 날 아침은 토마토를 갈아 마시거나 건너뛰는 방법으로요. 헤밍웨이가 쓴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책이 있는데요. 전 그 책을 보고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요. ‘나의 일상이 날마다 축제가 되지 않길.’ 인생에서 먹는 행복이 중요하단 걸 알지만, 그렇다고 매일 축제를 벌일 순 없잖아요?(웃음) 전날 축제와 같은 저녁 식사를 했다면, 오늘은 좀 가라앉히자고 마음먹어요.

건강의 핵심은 질보다 ‘양’에 있었네요?

맞아요. 음식의 좋고 나쁨을 일도양단할 순 없거든요. 저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피하는 음식들을 먹을 때가 있는걸요(웃음). 우리가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세상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양의 음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양을 조절하지 않고 먹다 보면 쉽게 살찔 수 있어요. 그렇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식사 자리까지 피할 필요는 없겠죠. 너무 한 가지 기준에만 몰두한다면 건강은 또다시 우리의 손아귀를 벗어날 거예요.

재훈 님이 생각하는 ‘건강한 삶’의 기준은 뭔가요.

“기대 수명은 길어졌어요. 만성 질환이 있더라도 잘 관리할 수만 있다면 건강하게 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죠.”
일을 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불안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삶이라고 봐야겠죠. 즉, 건강함의 기준은 ‘질병의 유무’보다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게 더욱 정확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은 질병과 건강이 무조건 반비례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이제는 질병이 있어도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결국, 건강한 삶은 우리들의 마음에 달린 거예요.

재훈님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뭔가요.

창작이요! 인생은 크게 생산하는 인생과 소비하는 인생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면서 사는 것도 좋지만, 인생의 목적이 단순히 소비에서 끝나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골몰히 고민하고 때론, 부딪혀 보면서 채워나가는 인생이 더욱 값지고 즐겁죠. 그 도전이 매번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고 장담할 수 없어도 말이에요. 뭔가를 만들어내려는 의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아요.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책임감이라는 틀에 갇혀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때문에 ‘재밌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누군가의 외침이 치기 어린 감정처럼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재훈님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인생에 자잘한 흠집을 내왔습니다. 인생에 너무 큰 완벽함을 추구할수록 부담은 커지고 행복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그에게 있어 재미와 도전은 인생의 중심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중요한 매개입니다.
“본인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면 답이 나와요.”

끝으로, 일상을 힘있게 가꾸고 싶은 a;keep 구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리는 너무 남이 정해준 시원한 정답, 설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 역시 ‘하루에 몇 끼니를 먹는 게 좋은지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요. 어떻게 먹고, 어떻게 운동하는지 남한테 들어서 그대로 따라는 것만큼 재미없는 인생은 없을 거라고요(웃음). 건강에 대한 개괄적인 답은 나와 있지만, 자신을 기준으로 한 답이 제일 정확해요. 또, 그런 과정이 인생의 큰 즐거움 아니겠어요? 남한테 뺏기지 말고, 자기 걸 지키세요(웃음).
정재훈님은, 약사이자 푸드라이터다. TV, 라디오, 팟캐스트,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음식과 약(건강)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있다. 그가 쓴 저서로는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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