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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깨가 빠졌다고요?

운동 중 어깨 탈구된 이야기 그리고 재활 후기까지

지난여름 저는 취미로 스쿼시를 시작했습니다. 8개월 동안 강습마다 일지도 쓸 정도로 열정 가득한 수강생이었죠. 그러다 저의 열정은 물론 일상까지 한순간에 앗아가 버리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운동 중 어깨가 빠져버린 것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고요? 오늘은 스포츠 외상 경험담부터 재활 체험기까지, 몸 그리고 일상 회복을 향한 여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아픈 기억을 더듬어 어깨 빠진 당시로 돌아가 보자면, 저는 평소처럼 코트 안을 빠르게 누비며 공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깨가 쑥 빠져 버린 것이에요. 정확히는 힘껏 스윙해 공을 저 멀리 앞 벽으로 보낼 때 오른쪽 어깨가 쑥 빠졌다가, 팔이 반동으로 인해 제 몸쪽으로 돌아오는 순간 쏙 끼워졌어요. 불과 일초 만에 신체 일부를 빼앗겼다가 되찾았죠. 곧바로 어깨가 아래로 추-욱 쳐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빠졌다가 돌아온 어깨의 통증은 태어나 처음 느끼는 감각이었어요. 욱신거리는 팔을 붙잡은 채 묘한 표정으로 코치님에게 말했어요.
“저 어깨가 빠졌다가 다시 끼워졌어요.”
“어깨가 빠졌다고요???”
코치님은 저보다 더 묘한 표정을 지었고, 제 옆의 동료들은 ‘어깨가 빠졌다가 스스로 끼워진다는 게 도대체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 경악에 가까운 의구심을 뿜어냈습니다. 그리고 전, 병원에 꼭 가보라는 코치님의 잔소리 섞인 당부 속에서 오른팔을 팔랑이며 조퇴했죠.

어깨 탈구, 언제 일어날까? 혹시 테니스, 골프, 야구를 이제 막 시작했나요?

곧장 검색창에 ‘어깨 탈구’라 검색하자 ‘야구 선수 ㅇㅇㅇ 어깨 탈구로 수술’ 같은 스포츠뉴스가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렇다면 어깨 탈구는 왜 일어나는 걸까요? 먼저 어깨 구조를 살펴보자면, 어깨 관절은 오목한 그릇 모양으로 생긴 견갑골에 동그란 상완뼈(윗팔뼈)가 박혀있는 모양입니다. 그 사이에는 관절와순이라는 연골이 있고요. 그 겉을 인대와 힘줄(회전근개)가 붙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에도 어깨는 안정성이 낮은 관절이라고 해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로 돌아가는 관절인 영향도 크죠. 어깨 탈구는 특히 야구처럼 공을 멀리 던지거나 라켓을 크게 휘둘러야 하는 구기 종목에서 많이 발생하는데요, 그 이유는 구기 종목 시 원심력이 작동하기 때문이에요. 팔이 원심력을 받아 저 멀리로 쭉 나가는데 어깨 근육이 팔뼈를 잡아주지 못하는 경우 탈구가 되어버리는 거죠. 때문에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에는 엄청난 상체 근력이 필요합니다. 가녀린 어깨라인과 팔을 자랑하는 야구선수는 없는 것처럼요.

어깨 탈구 후 힘없이 흔들리는 어깨 일상도 마구 흔들렸다.

어깨 탈구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질환은 ‘관절와순 파열’인데요, 관절와순은 편평한 접시 같은 어깨 관절을 절구처럼 홈을 만들어서, 팔을 회전시키거나 들어 올릴 때 어깨가 빠지지 않고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해요. 이런 관절와순이 파열되면 팔을 들어 올리거나 물건을 집는 등의 아주 간단한 움직임에도 제약이 생깁니다. 저는 어깨 탈구 후 두 달 정도는 양치를 하거나 머리를 감거나 심지어 수저를 입에 가져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팔을 조금만 올리면 팔 전체가 잔바람에 바들거리는 강아지풀 처럼 떨렸죠. 관절와순의 파열 정도가 심하면 수술해야 하고, 파열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도 운동을 통해 어깨 주변 근육을 발달시켜줘야 해요. 저 역시 어깨 탈구 후 재활 운동을 열심히 해왔는데요, 이번엔 물리치료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어깨 탈구 후 회복을 위한 재활 운동 과정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일상 회복을 위한 재활 운동

운동에 앞서 현재 몸 상태를 정확히 확인합니다.
“세상에 안 좋은 운동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지금 몸 상태에서 하면 몸을 더 망가뜨리는 운동이 있어요. 몸 상태에 따라서 단계적으로 운동해야 해요.”
가장 먼저 어깨의 가동 범위와 통증 정도를 확인했습니다. 손을 뻗어서 앞으로나란히 해보고, 앞 어깨에 손을 짚은 채 팔을 이마로 올려도 보고,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면서 양측 어깨의 불균형을 확인했어요. 확실히 탈구가 되었던 오른쪽 어깨의 가동 범위와 힘이 약합니다.
“환자분처럼 선천적으로 인대가 약한 사람은 근육 강화를 잘 해줘야 하고, 근육 강화를 아무리 해줘봤자 일반 사람들보다 탈구가 잘 될 수 있어요. 그래서 격한 운동은 좀 적당히 해줘야죠.” 제 몸 상태를 진단하던 선생님에게 들은 무서운 말입니다. 혹시 유연하다고 생각되는 몸을 갖고 있나요? 그렇다면 저처럼 탈구 위험이 더 높은 몸일 수 있어요. 근육이 유연한 것이 아니라 관절과 인대가 느슨한 것일 수 있거든요. 간단하게 테스트해 본다면, 손바닥을 펼쳤을 때 손가락이 뒤로 많이 넘어가거나, 팔을 쭉 펼쳤을 때 각도가 180도를 넘어간다면 당신은 저의 친구입니다. 관절과 인대가 느슨한 나머지 몸을 움직일 때 뼈가 정상 가동 범위를 넘어서 움직이게 되면서 탈구로 이어지는 거라고 해요. 애초에 조심해야 하는 몸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격한 운동을 한 게 화근이었죠.
운동 순서는, 1.근육 이완(마사지, 스트레칭) 2.예열(맨몸 운동) 3.근력 강화 운동(밴드를 활용한 운동) 4.근육 이완(마사지, 스트레칭)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
근육 이완
긴장되고 뭉친 등 근육을 마사지해서 풀어줍니다.
“진짜 아프죠? 집에 가고 싶죠?(웃음). 아파도 꼭 풀어줘야 해요. 뒤에 있는 등과 회전근개 근육들이 안정성 근육이고 앞쪽(가슴근 등)이 활동에 사용되는 근육이에요. 환자분은 지금 등 근육이 굳어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상태에요. 그 상태에서는 사실 뭐가 잘 안 돼요. 그래서 등을 먼저 풀어서 제대로 활성이 되게 한 다음에 활동성 근육을 써야 해요.”
마사지할 어깨의 반대편 손으로 땅콩 볼 한쪽을 잡고, 어깨 아래에 땅콩 볼 한쪽을 넣은 채 상체로 살짝 눌러준 후 땅콩 볼을 살살 돌리면서 근육을 풀어줘요.
무릎을 세우고 폼롤러에 상체를 지지한 채 상체로 폼롤러를 지그시 누르며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마사지에 이어서 땅콩 볼과 폼롤러로 등과 목, 겨드랑이 밑부분 등 어깨와 연결된 곳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었어요. 위 승모근, 중간 승모근에 땅콩 볼을 대고 체중을 살짝 실어 눌러줍니다. 처음에 마사지 과정에선 저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었다면, 땅콩 볼은 정말 소리를 낼 힘조차 죽 빠질 정도로 아팠어요. 아플수록 근육이 많이 긴장된 상태라고 해요. 때문에 아픔을 참고 어떻게든 풀어줍니다. 등 전체와 옆구리처럼 조금 넓은 부위엔 폼롤러를 사용했어요. (저의 경우 관절이 유연하면서 약해서 운동 초기엔 스트레칭은 건너뛰고 나중에 근육이 어느 정도 강화된 후에 진행하기로 하기로 했어요.) 여기까지가 준비 단계입니다.
2.
예열
양팔로 W모양을 만들어 손바닥은 앞으로 향하게 합니다. 그 상태에서 팔이 Y자가 되도록 쭉 펼치면서 손날이 앞을 향하도록 팔을 올립니다. 벌린 팔을 귀 뒤로 붙여서 손날이 서로 맞닿도록 합니다.
몸의 긴장을 어느 정도 완화한 후에야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어요. 먼저 예열 단계로, 맨몸으로 등 운동을 했습니다. 운동할 부위에 힘을 실어주는 단계에요.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배에 살짝 힘을 주어 긴장을 유지한 채 한 세트에 10개에서 30개 사이로 진행합니다. 저는 10개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인상을 찌푸리는 저를 보고 선생님은 말을 덧붙였어요.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안 아픈 정도의 범위’에서 운동하는 거예요. 처음부터 근육에 힘을 주려고 하지 않고, 운동성만 주어도 돼요. 숨 참지 않고 편하게 호흡할 수 있는 정도에서 하면 됩니다.”
3.
근력 강화 운동
세라 밴드의 양쪽 끝부분을 잡고 한쪽 발로 밴드를 밟아 고정한 채, 양팔을 가볍게 펴며 등 힘으로 팔을 V자로 올려줍니다.
다음으로 세라 밴드를 활용해 근력 운동을 해주었어요. 사실 ‘재활 운동’하면 바로 떠오르는 모습일 텐데요, 생각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꽤 길죠? 앞의 단계를 꼭 진행해야 밴드 운동 시 몸의 운동성을 정확히 느낄 수 있어요. 세라 밴드는 강도에 따라 색상이 달라요. 저는 파란색 밴드(성인 남성용)을 사용했는데요, 본인의 현재 몸 상태에 맞는 강도의 밴드를 선택하면 됩니다. 운동 중 힘이 든다면 밴드를 억지로 당기지 않고, 쉬어주거나 밴드를 조금 더 느슨하게 잡아줘요.
“등 근육이 세지면 팔을 앞으로 해서 힘쓰는 것도 잘 될 거예요. 어깨가 먼저 펴질 수 있게 등 위쪽부터 강화하고 나면 팔을 더 안정적으로 쓸 수 있어요.”
4.
근육 이완
앞 어깨 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면서 풀어줍니다.
끝으로, 다시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운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어깨 운동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목 근육을 쓰기 때문에 뒷목, 턱 아래부터 쇄골 쪽으로 이어지는 큰 근육(흉쇄유돌근)도 문질문질 풀어주고요, 운동 중 스트레스를 받았을 앞 어깨와 위팔 부분도 손가락을 세워 살살살 누르면서 풀어줘요. 재활 운동 시 운동하고 풀어주고 운동하고 풀어주고를 반복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해요. 운동을 마친 직후 바닥에 온몸을 펼치고 누워 가만히 천장을 바라볼 때의 평온함을 아시나요? 전 오늘 그 이상한 상쾌함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스포츠 외상 후 재활 운동 요약.zip 1. 스포츠 외상의 가장 큰 예방책은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스포츠를 선택하는 것 2. 운동 중 외상을 당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몸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기 3.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몸에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운동하며 운동 범위와 강도를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것
*의학적 내용과 재활 운동 과정은 물리치료사 최재석 님의 자문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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