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매일 불안을 마주하고 삽니다. 적당한 불안은 오랜 진화를 거친 인간의 본능이지만, 최근 들어 과도한 불안 때문에 일상에서 문제를 겪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죠.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페르난두 페소아의 에세이 『불안의 서』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미지출처=네이버 도서
이 책에 실린 480여 편의 에세이는 작가의 페르소나 ‘소아레스’의 불안을 통해 인간, 삶과 죽음, 내면의 심리 등을 이야기합니다. 한없이 공허해지고 싶은 마음, 의식적으로 자신을 모르고 싶은 마음 등을 표출하죠.
내가 아는 것으로부터, 내 것으로부터, 내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달아나고 싶다. (…) 나는 이곳의 얼굴들을, 이곳의 일상과 나날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의지는 그렇지 못하다.
―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사람은 모두 불안한 존재지만, 살면서 매일 달아날 수는 없기에 삶의 주도권을 잡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어킵과 함께 불안을 일으키는 환경과 요인을 살펴보고, 이를 수용하고 대처하는 방법까지 알아보세요.
오늘의 a;keep 미리 보기
1. 불안이 커지는 환경
2. 불안의 2가지 형태
3. 불안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들
불안이 커지는 환경
사람마다 느끼는 불안의 원인은 타고난 성향, 성장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하며, 불안의 역치 또한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속해있는 사회의 분위기는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치죠. 현대인의 불안 지수가 높아진 데는 모호하고 경쟁적인 환경과 크게 관련이 있습니다.
낮은 예측성
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자극의 모호성’입니다. 인간은 모호함을 그 자체가 아니라 부정적 자극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나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기 어려운 ‘확률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죠. 또, 반드시 일어날 일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시간적 예측 불가능성’도 현대 직장인의 마음을 괴롭게 합니다.
무한 경쟁
지난해 한 매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 1위로 '경쟁적이다'가 뽑혔다고 합니다. (2023.4.10 성인 남녀 10~60대 18,050명 대상. 동아일보와 틸리언프로 공동 설문) 물질적 가치의 영향력이 강한 사회에서는 좋은 대학·직장·집 등을 얻어야 성공한 삶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고요.
부족한 스트레스 완충지대
『불안의 서』의 소아레스는 ‘피곤하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글이 잠에 들기 전 피곤한 상태에서 쓰인 것만 같죠. 요즘의 직장인들도 소아레스의 상태와 다르지 않습니다. 24시간 내내 수많은 정보를 접하며 각성되어 있죠.
정서적인 완충도 부족합니다. 페소아는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며, 관계의 단절이 필연적으로 불안을 열어젖힌다’고 했는데요. 나 하나 부지하기 힘든 일상에서 정신적인 노력을 발휘하기란 사치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불안의 2가지 형태
『불안할 땐 뇌과학』(캐서린 피트먼, 엘리자베스 칼)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느끼는 불안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①생각에 생각을 더해 생기는 불안과 ②특정 트라우마에서 기인해 본능적으로 느끼는 불안이죠. 직장인이 겪을 수 있는 불안 상황 예시를 들어볼게요.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인 김 대리는 오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장님도 오시는데 실수하면 어쩌지? 준비 못한 질문만 나올 것 같아… 이러다가 동기들 중에 나만 승진 못 하기라도 하면…’ 이런저런 걱정에 불안해지던 그 때, 갑작스러운 열차 고장으로 승객 전원이 하차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김 대리는 인파를 뚫고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 회사로 달려갔지만 이미 회의는 시작된 후였죠. 결국, 김 대리는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발표를 망치고 맙니다.
이후 김 대리는 지하철만 타면 그날의 기억 때문에 식은 땀이 나고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며, 결국 지하철 타기를 피하게 됩니다.
① 생각에 생각을 더해 생기는 불안
열차 고장 전, 김 대리가 느낀 불안의 원인은 ‘끊임없는 생각’이었습니다. 그저 머릿속에 흘러다니는 생각을 절대적으로 일어날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거죠. 완벽주의나 강박, 인정욕구가 있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불안을 많이 느낍니다. 생각과 현실을 혼동하면 불필요한 걱정이 끝없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생각 회로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② 특정 트라우마에서 생기는 불안
열차 고장 후, 김 대리가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느낀 신체적 반응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불안입니다. 발표를 망친 날 지하철에서 느낀 불안이 뇌의 편도체에 ‘감정 기억’으로 저장되어, 발표를 앞두고 있지 않은 편안한 상황에서도 지하철을 두렵고 불안한 공간으로 느끼게 된 것이죠. 이때 지하철 혹은 지하철을 연상시키는 것은 불안의 ‘트리거’가 됩니다. 김 대리가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트리거와 부정적인 사건의 연결을 끊어야 합니다.
불안에 짓눌린 뇌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듭니다. 위 예시 속 김 대리는 어떻게 불안을 넘어 멋진 발표를 해내고, 맘 편히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요? 불안을 없애 삶의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걸까요?
불안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들
걱정이 많은 뇌구조를 바꾸려 다시 태어날 수도 없고, 사는 환경을 모조리 바꿀 수도 없기 때문에 불안을 100% 제거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슬기롭게 공존할 수는 있어요. 불안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느끼는 안전감의 문제라고 합니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죠. 끝없는 생각과 강한 트라우마에 단단히 맞설 수 있는 방법을 방법을 소개할게요.
모호함을 구체화 해보기
모호한 생각들을 ‘손에 잡히는 실체’로 만들면 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종이에 쭉 적어보는 것이죠. 다가오는 협력사 미팅이 불안하다면, 미팅에서 일어날 일들을 나열해보는 거예요. 그중 계획을 세워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걱정의 양은 줄어들겠죠. 이렇게 불안의 실체를 확인하고 나면 생각보다 별 거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대안 생각’ 찾기
어떤 것을 생각하지 말라고 할수록 그 생각이 더 활성화된다고 하죠.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만 생각나는 것처럼요. 따라서 부정적인 생각과 이미지를 멈추려면 반복적으로 긍정적인 대안 생각을 떠올려 신경 회로를 바꿔야 합니다. ‘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를 ‘나는 하고 싶다’로 대체하는 것도 부담을 한결 더는 좋은 방법이에요.
ⓒ내용 출처 = 『불안할 땐 뇌과학』
걱정 미루기
그 일에 대해서는 저녁 먹고 딱 10분만 생각하자
걱정 자체를 없앨 수 없어도 걱정을 위한 때와 걱정이 지속되는 시간은 의식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불안해지려는 느낌이 들면, 나중에 걱정하도록 시간을 따로 정해두고 현재에 집중하려고 계속 노력해 보세요.
『생각 중독』(닉 트렌튼)에 따르면 우리는 대개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을 우선시하고 삶을 진정으로 즐기는 일에는 시간을 충분히 쏟지 않는다고 해요.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할 일 목록을 만들고 의식적인 시간 관리를 하는 것이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불안 상황에 의도적으로 노출되기
트라우마에 기인하는 불안에는 늘 트리거가 존재합니다. 트리거에서 부정적 상황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어야 불안이 해소되기 때문에, 이전 경험과 정반대되는 새로운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돼야 합니다.
지하철 타기를 두려워하게 된 김 대리를 다시 예시로 들어봅시다. 김 대리가 점층적으로 지하철 이용 상황에 노출되고 지하철과 부정적 상황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불안이 줄어들게 됩니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멈추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생각의 회로를 바꾸는 건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겠죠. 그러나 매일 먼지를 털듯, 틈틈이 쌓인 불안을 치워간다면 좀 더 건강하고 즐거운 생이 될 거예요. 어킵이 응원할게요!
ⓒ내용 출처=신영철, 우리는 모두 불안할 수 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2022년 2월 4일
ⓒ내용 출처=[사설]20대 29.4% “한국인인 게 싫다”… ‘피곤한 경쟁사회’ 스트레스, 동아일보, 2023년 5월 13일
ⓒ내용 출처= 『불안할 땐 뇌과학』. 캐서린 피트먼, 엘리자베스 칼. 현대지성
ⓒ내용 출처=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봄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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