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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연구해요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준한 수석연구원-

[에디터 a;keep]
요즘 자율주행차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어요. 저 역시 차에 진심인 편이라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집중해서 읽고 있는데요. 보험회사에서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접하고 꽤 신기했어요. 본업과 연관성이 적은 자율주행차를 연구한다는 것이 참 생소하게 느껴졌거든요.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조준한 수석연구원과의 인터뷰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어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빌리티 기술발전 속에서 도로 위의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미래교통환경을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말이었죠. 이 말과 함께 그는 교통사고를 줄여 안전한 교통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교통안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문가 조준한 수석연구원. 교통공학을 전공하고 기술사까지 취득하며 묵묵히 교통공학 외길을 걸어왔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민간 차원에서 정부와 협업하여 교통안전, 교통문화, 미래교통(자율주행차, 공유교통) 등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안전속도 5030 캠페인'을 들어보셨나요?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2001년에 설립된 전문기관인데요. 교통사고 예방과 피해 감소를 위한 신규 정책 발굴 및 제도개선, 해외 선진 사례 연구, 대국민 계도·계몽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소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사회공익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연구소로 이해하는 편이 쉬울 거예요. 연구소가 제안한 정책 중에는 사람들이 알만한 사례가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도시부 도로 제한속도를 하향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을 보장하는 '보행자우선도로' 신설 등이 있어요. 이러한 활동을 통해 고령자, 어린이 등의 교통약자 사고를 예방하고 궁극적으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성과도 있었고요. 현재는 정부와 협업하여 '자율주행차 안전성 평가 시나리오'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삼성화재 자동차R&D센터의 후방추돌 실험 장면

정부와 함께 진행 중인 '자율주행차 안전성' 연구

자율주행차는 여섯 단계의 레벨로 나뉘어 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전문가적 관점에서 아직은 3단계 수준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일보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레벨은 2.5 단계 수준이라 생각해요." ”레벨2단계의 경우 긴급제동, 차로이탈방지과 같이 운전자를 보조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을 말하거든요. 레벨3부터는 운전자보다 자동차 시스템이 주행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즉 평상시 운전 주체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고요. 레벨3은 고속도로와 같이 독립된 주행방향이 확보된 구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고요, 도시부 내 교차로, 이면도로와 같은 복잡하고 불규칙한 장애요소가 많은 교통환경에서는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거든요. 자율주행차의 선두주자인 테슬라도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이 가능하다고 광고했지만 자신의 자율주행기술은 레벨2라고 공지했어요.”
정부에서는 작년 12월 '모빌리티자동차국'을 신설하여 2027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조준한 수석연구원도 이 목표를 향해 함께 협업하고 있는데요, 이를 달성하고 완전한 자율주행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법제도, 트롤리 딜레마와 같은 윤리적 측면의 사회적 합의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해요.
*트롤리 딜레마 : 브레이크가 고장난 위험한 상황에서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문제 상황을 가리키는 말

보험회사의 역할이 필요한 자율주행 안전성 검증

자율주행차 개발은 자동차 제조사나 통신기업만 뛰어들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바로 교통사고와 같은 안전 문제 때문이지요. 좋은 센서의 개발과 빠른 이동통신 기술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도 중요하지만,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이 차가 정말로 안전한지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선행되어야 하거든요. 보험회사는 이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바로 '교통사고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죠.
"이 차는 사고가 날 확률이 1%밖에 없습니다. 그럼 이 차를 타시겠어요?"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나가서 일반 차들과 혼재되어 운행되기 위해서는 이 차가 정말로 안전한지 입증해야 하잖아요? 사람들은 1%의 사고 확률 때문에라도 자율주행차를 믿고 구매하지 못할 거거든요. 결국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있어서는 안전성이 제일 중요해요. 저희는 이를 위해 '안전성 평가 시나리오'를 만들고 정부와 함께 자율주행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데 동참하고 있어요.”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자율주행차 연구는 바로 '안전성 평가 시나리오' 개발이에요. 보험사는 다양한 사고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블랙박스 영상을 가지고 있어요. 고속도로 사고부터 시내도로, 골목길, 심지어 아파트 단지 내 도로 사고까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유형의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지, 또 사고피해 정도는 어떤지, 예측하기 힘든 비정형 사고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죠. 또 사고 직전의 속도, 세밀한 차량의 궤적에 대한 데이터들도 추출이 가능해요.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가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다양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있어요. 시나리오가 개발되면 정부(국토부)는 실제 도로에서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요, 사고 위험이 큰 경우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합니다.
비정형 사고: 통상적인 교통사고 과실유형에서 벗어나거나 사고상황이 매우 복잡하게 발생한 비정상적 사고

"보험회사가 자율주행차를 왜 연구하나고요? 미래교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보험사가 왜 자율주행차까지 연구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어요. 단순히 생각하면, 사고가 줄어들면 손해도 줄어드니까 회사에 좋은 거라고 생각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깨달았어요.
"기업은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 고객에게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거예요." ”향후 저희 연구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국제화, 표준화 기준 마련에도 기여할 거예요. 또 국내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등 법령 개정에도 참여할 수 있고요. 보험사는 자율주행차와 모빌리티 시장에서 사고책임과 보상체계에 사회적 역할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통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요. 결국은 보다 나은 상품과 서비스는 고객에게 제공되어지는 거죠.”
특히, 보험회사는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규명에 경쟁력 차별화가 필요한데, 이러한 사전 연구가 도움이 될 거예요. 교통사고가 나면, 차량 제조사, 통신사, 디지털 지도 개발회사,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와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사고원인을 밝혀야 해요. 이때, 보험사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경제적 보상을 해결해주는 주체이기 때문에 사고조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보험업의 시장경쟁력은 자율주행차에서 나아가 모빌리티 영역으로 확산될 것이고요.

미래 모빌리티와 통합 이동 서비스

"모든 이동 수단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예요."
모빌리티는 '사람이나 물건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이동수단과 서비스’를 폭넓게 말하는 단어에요. 기존 대중교통 외에 자율주행차, 우버와 같은 공유교통,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넓은 영역을 포함하지만, 용어 정의 등 법제도 마련이 현재 추진중에 있고, 기존 “교통” 영역과 모호한 부분이 존재하죠. 조준한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기술발전이 이용자 입장에서 접근이 용이해질 거라고 말해요. 과거 교통은 저렴한 대중교통 중심의 이동 서비스를 공공주도로 제공했다면 모빌리티 시대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민간주도로 연계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요. 이용자 선호에 맞게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편하게 교통정보를 제공받고, 통합된 교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최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 고령자 교통사고 문제 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형평성, 교통복지 측면에서도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이 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통 수단이 서비스가 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접근성'이에요." ”앞으로의 교통수단은 소유에 대한 개념은 갈수록 옅어지고 공유화가 일상화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점점 다양해질 거예요. 기존에 소외 당했던 교통취약계층도 원하는 시간에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조준한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차와 모빌리티 기술의 발달에 대해 논하면서도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도 빼먹지 않았어요.

마치며: "도로 위의 인권을 지키고 싶은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어쩌면 너무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기술 발전에 있어 사람들의 이해와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는데 시간이 걸려요. 이용자 즉, 사람을 먼저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OECD 회원 36개국 중 30위 정도 입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승차 중 사고는 선진국 수준인 데 반해 보행 중 사망자 수가 최하위권이라는 거예요. 선진국을 살펴보면 보행자 안전 중심의 교통문화가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요.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하면 차량은 무조건 정지하는 배려 운전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좋은 사례가 있어요. 바로 스쿨존입니다.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온 나라가 떠들썩해집니다. 그렇다 보니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낮추고 과속방지턱과 방호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죠. 그런데 모두들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고도 안전 운전에 동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 발전에만 집중하는데요, 동시에 법 제도와 교통 의식의 변화에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도로 위의 인권을 지키는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싶어요." ”앞서 기술의 발달과 보험산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제가 일하는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최우선 목표는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입니다. 개인적 소망이 있다면 은퇴하기 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 OECD 10위권에 진입해서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보는 겁니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니까요!”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국내 최고의 민간 교통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연구기관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는 조준한 수석연구원.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의 미래 모빌리티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다가올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환경은, 교통안전을 위한 이들의 세심한 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16명의 구성원 중 13명이 교통공학, 기계(자동차)공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오늘도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교통문화에 대한 연구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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